이탈리아에 와서 처음으로 네일하러 갔다가 낯선이와 낯선 주제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서 각잡고 공부하기로 했다. (솔직히 어느정도는 될 줄 알았음) 네일 해주던 중국인 여성분이 내 이탈리아어를 못알아 듣더라...
CILS 시험일이 7월 중순으로 잡히기도 했고.. 약 한달정도가 남았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고, 그동안 이핑계 저핑계로 미뤄 온 공부를 한다.: 둘러둘러 얘기했지만 결국 벼락치기 하겠다는 말.
CILS 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Standard 아니면 Cittadinanza
전자는 그냥 일반 언어 능력 시험이고 후자는 영주권(?) 시민권(?) 을 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알고 있다. 후자가 좀 더 쉬운 편이라고 들었다. B1 Cittadinanza 는 A2 Standard 와 비슷한 것 같다.
내가 CILS 시험을 본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Cittadinanza 때문이냐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아니다. 난 Standard 본다. 이유는 이렇게라도 안하면 공부를 전혀 안하기 때문 - 현실은 시험접수 하고도 공부를 안하고 있다..
https://cils.unistrasi.it/public/articoli/52/Files/linee_guida_cils_pdf.pdf
여기에 들어가면 CILS 단계별 출제범위를 볼 수 있다.
B1의 경우 위 링크에서 볼 수 있는 PDF 29쪽에 나와있고 다음과 같다.
저기서 QCER 은 Il Quadro comune di riferimento per la conoscenza delle lingue 로 한국어로는 유럽 공통 언어 기준이란다. 쉽게 말해 유럽어끼리 난이도 별 학습 수준을 맞춰 놓았다는 얘기.
https://www.efset.org/it/cefr/ 이 웹사이트에 가면 QCER 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유럽어 학습 단계는 보통 A1에서 C2 까지 나뉘고, C2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는 작년 10월 밀라노에서 이탈리아어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전에 두바이에서 이미 인강을 들어서 아주 간단한 문법(현재형)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였다. 2019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해 12월 3일, 그러니까 3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 만에 A2 합격을 했다. 시험 난이도는 체감상 기출문제보다 어려웠는데 운이 좋았다. 시중에 퍼진 기출문제가 워낙 쉬운 것도 있는 것 같고 아무래도 이런 시험들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어려워지는게 조금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당시 말하기 시험이 두개였는데 하나는 감독관과 대화형식, 다른 하나는 독백이었다. 대화형식에서 "티켓환불" 주제가 나왔고, 내가 공항갈건데 철도 파업 때문에 공항에 늦을 것 같아서 환불해줄 수 있냐고 대화를 이끌어냈다. 이때 감독관이 "어디가는데?" 라고 물어봤는데 그 의미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 갈건데?" 였지만 나는 그걸 "(지금 현재) 어디가는데?" 라고 알아들어서,
"어디 갈거야?"
"공항 간다니까"
"그러니까 어디갈건데?"
"공항간다니까"
"그러니까 어디갈껀데!!?!??"
"마..말펜사..국제공항..?? 터..미널 1..?"
"그러니까 어디갈껀데..??"
"공항...아!?!? 비행기타고!??? 한국!!!"
을 반복하는 바람에ㅋㅋㅋㅋ 떨어질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끝끝내 대답을 하긴 했고..
무엇보다 독백문을 잘해 패스 한 것 같다. 독백문은 당일치기로 어디갈지 얘기하는 거여서 쉬웠고 다행히 하나도 안막히고 술술 해냈다. 대화문에서 망한거 독백문으로 꾸역꾸역 채워넣음.
이번에 볼 CILS 시험은 B1으로 Intermedio(Intermediate)다. 사실 A2 를 딸 때까지만 하더라도 B1이 엄청 높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C1 정도는 되어야 진짜 잘한다고 하겠구나 싶다. 목표는 지금부터 3년 안에 C2 합격. 그러니까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위 사이트에서 B1이 어느정도의 수준인지 다른 영어 시험들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하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그 무엇보다 오로지 취업만을 위한 시험인) 토익으로는 550-780 정도란다. 그러니까 CILS B1 을 만점 받으면 토익으로는 780 점이고 턱걸이로 패스하면 550점이라는 거다.
웃긴건 나는 토익을 본 적 없다ㅋㅋㅋ 그래서 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 토익 바짝 두달 하면 그래도 700-800점은 넘는 것 같던데...그런데 토익엔 작문이 없지 않나?
아무튼 결국 B1 이 그렇게 난이도 높다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영어로 따지면 기본적인 영어 할 줄 알고 알아들을 수 있으면 된다는 것.
Sillabo(실라보)는 Syllabus. 이렇게만 보면 이탈리아어 참 쉬운데..
아무튼 위의 것들이 CILS B1 을 보기 위해 알아야할 문법이다. 물론 저거보다 쉬운 문법(A1, A2에서 다루는 문법)은 다 안다는 가정하에 저거까지 알아야 한다. 이거 보고 의아했던게 Congiuntivo가 B2에서 다뤄진다고...? 내가 알던 사실과 다른데... 다른데서 본 B1 수준에서는 Congiuntivo 현재형과 반과거형까지 알아야 한다고 나와있었다. 우선 공부는 해야겠다. 혹시 모르잖아..
여기만 봐도 '일상'에서 쓰는 이탈리아어 구사 능력을 보겠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좀 어려운 단어가 나와도 쫄지 않는 능력을 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쫄 것 같은데 어쩌냐 흑흑
시험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다 알면 땡큐쏘마치 그라찌에 밀레지만 그런거 아니면 결국 맥락에서 이해해야되고.. 이것도 역시 많이 읽어보는게 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 그래서 이탈리아어 B1 정도의 수준이면 뭘 읽으면 도움이 될까?는 다음에 포스팅 하도록 하겠다.
그 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다 세분화되어 시험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난이도 얘기는 어차피 다 똑같은 얘기라 넘어가고 듣기는 600-800단어, 읽기는 800-1000단어, 쓰기는 두 문제가 각각 80-100 단어, 50-80 단어 요구, 말하기는 독백은 2분정도, 감독관과 함께하는 피말리는 대화형식은 최대 3분 정도라고 한다.
꼬무네 이탈리아어 선생님 피셜에 따르면 B2부터는 쓰기가 상당히 중요해지기 때문에 B1까지 기본기를 착실히 익혀놔야 한다고 한다. 나는 전치사를 잘 못쓰기도 하고, 긴 호흡을 가진 문장을 쓸 때 구성이 아직 너무 많이 미흡해서 아마 B2는 내년 6월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문장도 아직 영어식 이탈리아어로 쓴다고 혼나고 있다.) 올해는 B1 에 만족해야겠다.
원래 이렇게 분석해서 공부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닌데 공부 하기는 귀찮고 안하자니 죄책감 느껴서 이런거라도 해본다. 이번주에 술마셔야 하는 날들이 너무 많아 큰일이다... 언제 공부해서 언제 시험보나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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