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생활

이탈리아 워킹홀리데이: 워홀을 결정한 이유

Brava Coreana 2020. 2. 9. 21:05
728x90

 

 

이탈리아를 가기로 결정 한 후 가장 먼저 알아 본 것은 물론 비자였다. 어느 나라를 가든 장기 체류가 목적이라면 비자가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탈리아 여권을 가진 배우자가 없고 특별히 비자를 줄 수 있는 직장도 없는 경우라면 두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정말 문화적 경험이 1차적 목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1. 어학 비자

2. 워킹홀리데이 비자(만 30세 미만)

이 두가지가 가장 가능하고 접근하기 쉬운 옵션이다. 그 외에 비지니스 비자 등이 있지만 그건 내 금전 상황과 맞지 않았다. 그리고 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는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혹시라도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으면 언제든 다시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나는 이탈리아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100% 확신을 하지는 못했다. 이탈리아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 중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고,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이탈리아로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에겐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최종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어학비자를 받지 않은 이유 : 돈 많으면 괜찮다 = 그래서 포기

어학 비자를 받으면서 밀라노에 거주 하려면 사립 유학원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이게 가격대가 꽤 비싸다. 사립 어학원(유학원)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기간 동안 어학 비자를 제공해주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수업료도 수업료지만 그게 다 비자값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립 유학원에 가면 이탈리아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기는 하겠지만 내 사정에서는 사립 유학원 갔다가는 조만간 파산 날 지경 이었기 때문에 어학 비자를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사립 어학원이 아니더라도 장기 체류 비자만 획득하면 꼬무네(Comune) 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화 센터 쯤 된다) 곳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울 수 있는데 여기는 가격이 사립유학원에 비해서 훨씬 저렴한 편이고 나름 괜찮다고 해서 나는 꼬무네에서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이탈리아어 못하면 취업은 꿈도 못 꿀테고 어느 정도 이탈리아어가 될 때까지 공부는 해야하는데 혼자 하기엔 막막한 구석이 많아서 꼬무네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참고로 꼬무네에서 이탈리아어를 수강하려면 레벨테스트를 봐야 한다. 나중에 차차 설명하기로.

 

워킹홀리데이의 장점 : 놀고 먹으며 일하는 베짱이가 될테다.

워킹 + 홀리데이. 즉, 일만 해야하는 비자는 아니다. 나에게 딱 이었다. 일을 하긴 할텐데 언어도 배워야 하니까.

다행히 두바이에서 살며 막판에 조금이라도 모아 둔 돈이 있어서 몇달 간은 일을 못해도 먹고 살 수는 있는 정도가 되서 선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땡전 한 푼 없이 이탈리아어도 전혀 못하는데 이탈리아로 워킹 홀리데이를 온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인 것 같다. 그럴거면 호주를 가는게 백번천번만번 낫다. 한국에 남기는 싫고 모아둔 돈은 없고 다른나라 문화 경험도 해보고 싶은데 영어권은 싫다면...네덜란드 같은 다른 나라도 있으니 고려해보자. 이탈리아는 취업 시장도 경제도 너무 나빠서 정말 단순히 이탈리아가 좋아서 한번 경험해보자! 라는 마음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 나도 남자친구가 아니었으면 이탈리아 에서의 정착은 솔직히 꿈으로만 남겨두었을 것 같다.

 

어쨌든 이탈리아로 오기로 했으니...

 

이탈리아를 전반적으로 경험하기에 '워킹홀리데이' 만 한 비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 치명적..

1년 후 연장도 안되고 무조건 한국으로 강제 소환해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치명적..

그리고 이곳에 오고나서야 알았지만 이탈리아 내에서 워킹 홀리데이라는 개념이 아직까지 그렇게 흔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나마 한국사람들은 좀 알지만 행정처리 할 때도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말이 안 통하기 때문에 당장 하루라도 일 할 수 있는 회사조차 없으므로 6개월의 조건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후자는 한국에 강제 소환되어 가족들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으니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만 30세를 2개월 앞두고 워킹 홀리데이를 결심했다.

내 30대는 어쩌면 나의 20대보다 더 꼬불꼬불한 길을 걸을지도 모르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