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소쪼르노라는 게 낯선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이탈리아에 장기 체류 하는 경우에는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온 다음 다시 '체류허가증' 이라는 것을 받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비자는 출국용으로만 쓰이는 거고, 여기서 체류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체류허가증인 셈인데요. 이 체류허가증을 소쪼르노(Soggiorno) 라고 부릅니다.
제가 소쪼르노에서 헷갈렸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밀라노에 왔어요. 소쪼르노는 작년 8월에 신청해서 올해 1월 지문을 찍으러 갔고, 2월에 받았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이번에 결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제 소쪼르노가 Vacanza Lavoro 가 아니라 Lavoro Stagionale 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자에는 워킹홀리데이라고 나와있는데, 소쪼르노에는 계절노동으로 나와있어서(엄연히 단어가 다릅니다) 상당히 헷갈렸죠. 워킹홀리데이 소지자의 경우 원칙상 1년이 지나면 쉥겐국가를 떠나야 하고, 이탈리아 내에서 다른 조건으로의 소쪼르노 갱신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반면에 계절노동은 갱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권상 조건을 따라야 하는지, 소쪼르노 조건을 따라야 하는지 상당히 헷갈렸습니다.
전 결혼 전까지 너무 당연하게 소쪼르노에 찍힌 Lavoro Stagionale 가 워킹홀리데이를 뜻한다고 생각했어요. 어감이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그동안 워킹홀리데이라고 생각하고, 혹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결혼을 한 후 지속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지 알아봤었습니다.
다행히 지인중에 현지 변호사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민담당(?)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고, 그 분 말에 의하면 아무리 워킹홀리데이비자라고 하더라도 이탈리아 시민권자와 결혼했고 그 서류가 있으면 굳이 출국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결혼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말도 들었어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곱씹어 볼수록 그 변호사님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었죠. (그거가지고 걸고 넘어지면 나중에 따지면 되니까 걱정말라고 하더라고요ㅋㅋ 알수없는 이탈리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내가 한국을 굳이 다시 갔다 와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한국을 다시 갔다가 바로 들어오려면 다른 비자가 필요한데 이탈리아는 결혼 비자라는게 없다는 것이 대사관의 답변이었으니까요.
결혼을 마친 후 마주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소쪼르노를 갱신해야 하느냐 아니면 갱신이 아니라 완전 새로운 소쪼르노로 신청해야 하느냐 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때도 여전히 제 소쪼르노가 Vacanza Lavoro 인줄 알았거든요. 이런 사례를 한국어/영어/이탈리아어 어떤 언어로도 도통 찾을 수가 없어서 고생을 했어요.
이민국 퀘스투라에 수십번을 전화해도 받지를 않고(구글 리뷰에도 욕이 한사발..), 다른 퀘스투라에 전화했더니 이민국 퀘스투라에 전화해야 한다고 하고, 꼬무네에서는 자기들은 잘 모른다고 하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이민국 퀘스투라 보이는 이메일은 다 보내봤는데 다 반송되오고.... 진짜 어쩌라는거지 싶더라고요ㅠㅠ울고싶었음.
참고로 소쪼르노 결혼관련 정보는 https://www.portaleimmigrazione.it/APR_PDS_Famiglia.aspx 여기를 들어가면 보실 수 있어요.
결국 변호사에게 다시 연락했는데 린노보를 하는게 맞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반신반의 하던 와중, 우연히 밀라노 이민국 퀘스투라(?) 로 자주 출퇴근 하시는 분을 알게 되어 그분을 통해 이민국 퀘스투라 측에 물어볼 수 있었는데 퀘스투라에서도 린노보가 맞고, Giallo Kit 를 작성해서 우체국으로 방문하라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조금 확신이 생겼고, 키트를 구해 작성하려고 하는데 이게 꽤 어렵더라고요. 워홀 같은 경우는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양식이 있어 쉬웠는데, 결혼을 위한 린노보 양식은 못찾아서 스스로 해보려다가 결국 포기... ACLI 에 예약 잡고 갔습니다. ACLI 에서도 린노보라고 하셔서 이때 완전히 확신이 섰어요. 아, 나는 린노보가 맞구나.
저는 하단 지도에 나와있는 곳으로 갔고 흑인 여성분이 해주셨는데 츤데레이신 것 같았어요. 첫인상은 무서웠지만 따뜻했던 그분...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다짜고짜 찾아갔었었는데 예약 안했다고 입장도 안시켜주더라고요. (아마도 코로나 때문..?) 이메일로 예약 잡고 가세요.
ACLI 를 갈 때 Marca Da Bollo 16유로 짜리(인지세를 이걸로 납부하는 거고 타바끼에서 살 수 있어요), 본인 여권, 배우자 여권, 사본 각각 1매씩, 꼬무네에서 다운받은 혼인증명서, 집 계약서 사본까지 들고갈 수 있는 서류는 다 들고 갔어요. ACLI에 가서도 제 상황을 설명하니 린노보가 맞다고 해주셨고, 이후 서류 작성을 도와주셨습니다.
(이메일로 예약을 잡았고, 예약 일정은 3주 정도, 가서는 45분 정도 걸렸어요.)
ACLI 갈 때는 키트 가져갈 필요 없고, 그쪽에서 양식 맞춰 작성해주시고 프린트까지 해주십니다. 그거 그대로 우체국 가서 내시면 되요. 우체국은 밀라노 두오모에 있는 우체국을 방문했고 총 112유로 정도 냈습니다. 자세한 키트 작성 요령과 금액은 다음 포스팅에 올리려고 해요.
이렇게 린노보 신청을 하고 퀘스투라 방문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5개월 후인 12월에 잡혔습니다..^^ 리체부타로 5개월 동안 살아야 하는 운명이여... 아직 할게 많은디...
조금 더 빨리 소쪼르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퀘스투라 약속을 따로 또 잡았고, 9월 중에 방문하기로 했으니 그때 다른 사항이 있으면 또 글을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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