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연달 열이틀

이탈리아 병원 방문기: 알러지 검사

Brava Coreana 2020. 6.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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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온 이후로 재채기가 조금씩 심해지더니 올 초 부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가 너무 시리고 그때부터 콧물이 주룩주룩 나면서 재채기도 에취취취취취!! 이런 수준으로 하루에 수십번씩 반복했다. 당연히 얼굴도 팅팅부었다. 


결국 참다참다 병원 예약을 잡고 갔는데 그때가 마침 또 이곳에 코로나가 막 터진 시기라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급한 콜을 받고 출장을 가게 되었단다. 병원 문 앞까지 갔다가 검사도 못받고 돌아와야 했다.


결국 다시 약국으로 돌아가 이 이유도 모르는 알러지 반응에 대한 약이란 약을 이것저것 써봤다. 결국 점점 센 약을 먹게 되는데 이 약을 먹으면 약 한시간 후에 머리가 빙빙 돌고 마치 내가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며 이내 잠이 든다. 약상자에도 매일 복용하면 안된다고 해서 어떤 날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부었는데 약 없이 버틴 날도 있었다.


먹던 약도 처음에는 듣더니 2월이 넘어가면서 안듣기 시작했다. 

따라서 내가 그동안 해오던 일들이 올스톱.

지난 3개월 간 겨우 어떻게 괜찮았던 며칠동안 공부하고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며 지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몸이 완전히 괜찮았던 것은 아니고, 그냥 코 틀어막으면 의자에 몇시간 겨우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 


그러다 마침내 코로나 봉쇄령이 풀리고 병원에 방문했다.

병원은 어시스트 카드를 통해 예약했고 몇달동안 미뤄온거라 가급적 빠른 날짜를 부탁드렸더니 예약당시로부터 약 2주 후 날짜를 잡아주셨다. 2주 정도면 여기선 빠른 예약이다. (미뤄온 것은 어시스트카드 측에서도 이미 알고 계셨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 미뤄진 거라...)


알러지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을 방문했고 다행히 집에서 걸어서 15분도 채 안걸리는 곳에 있었다. 날씨는 맑았고 걷기에 딱 좋았다. 도착한 병원은 정말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 봉쇄령 이후 밀라노의 모든 건물들은 손소독제를 비치해두고 대부분의 장소에는 체온도 재고 들어간다. 병원도 당연하고. 


안되는 이탈리아어로 열심히 접수하고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다행히 의사선생님이 영어를 하실 줄 알아 진료에는 문제가 없었다. 알러지 검사를 하는데 팔에 16개의 각각 다른 액상을 한방울씩 떨어뜨리시더니 그 액상 자리에 작게 흠집을 내셨다. 아프지는 않았고 15분만 기다리면 결과가 나온단다.


한 5분 쯤 지났을까?

세군데가 모기물린 것처럼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 2개는 왕모기한테 물린 것 처럼 부었다. 간지러웠는데 결과 보기 전까지는 절대 긁으면 안된다고 해서 꾹꾹 참았다. 5분만 더 늦었음 긁었다 진짜;



의사선생님이 보시더니 설명을 해주신다.


부은 곳 중 한 곳은 이 검사가 내 몸에 반응을 하는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부어 오르면 양성. 난 다행히 이 약물이 몸에서 반응한다!


그리고 문제는 나머지 2개. 이 2개가 집먼지 알러지란다. 집먼지 알러지가 크게 두종류가 있는데 나는 그 두개 다 양성 반응이란다. 게다가 사이즈도 좀 커서 심한 편이란다.

내가 너무 놀라 "저 저희집 맨날 청소하는데 왜 맨날 알러지 반응이 있을까요?????????" 했더니 집청소 잘 한다고 집먼지 알러지 반응이 없어지는 건 아니란다.



다행히 다른 것에는 알러지 반응이 없으니 3개월간 자가 치료해서 몸을 진정시키고 9월에 본격적으로 백신 치료에 들어가자고 하신다. 코 청소용 스프레이 1개, 진정제 1개, 혹시나 그래도 알러지 반응이 올 때 복용할 수 있는 약 1개. 총 이렇게 3개를 처방받았다.



처방 받은 후에도 의사선생님과 나와 아주 작은 공통 분모가 있어서 열심히 수다 떨다 왔다.

사실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더 신난 것도 있었다 ㅋㅋㅋ




어시스트 카드 가입 당시는 너무 비싸서 꺼려졌는데 덕분에 이런 좋은 병원을 알았다. 진료비 납부도 굳이 안해도 되서 더 좋았다. 보통 보험회사는 선납부 후청구인데, 어시스트카드 가입 이유가 진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귀찮음과 수고스러움을 덜었다.) 병원에서 받아온 처방전과 알러지반응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 등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니 남자친구도 병원도, 의사선생님도 상당히 체계적인 것 같다고 했다. 걔가 이런 말 했으면 정말 믿을 만 한 거다.



이제 알러지 원인을 알았으니 의사선생님 말대로 잘 치료하고 백신까지 맞아서 완치까지 가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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