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연달 열이틀

지속가능한 삶

Brava Coreana 2020. 5. 3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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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이란 단어는 아마도 대학교에서 처음 접했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당시 아주 기본적인 개념 중 하나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배웠었는데, 내내 잊고 살다가 오늘 아래와 같은 글을 보고 다시금 떠올랐다.



원문: https://sociologicamente.it/le-fattorie-verticali-innovazione-vs-tradizione/



원문은 좀 더 생태학적인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다. 뭐 발전을 해야 하나, 옛것을 지켜야 하나에 대한 질문에 결론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답이다, 이런 글인 것 같다. (자세히는 안 읽어봤다)



이 글을 보다가 문득 내가 승무원을 때려친 이유가 지속가능한 삶을 원했던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를 학부 시절에 배운 아주 간단한 개념에서 찾았다. (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나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의 개념은 크게 사회, 환경, 경제로 영역으로 나뉘고 이것들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가능성이 유지될 수 있고 발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몇년 후에는 이 개념이 조금 더 발전할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나의 두바이 삶에서는 사회, 환경 이 두가지 영역이 불충분하게 느껴졌었다. 친구가 있지만 오프를 맞춰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만난다고 한들 무슬림국가였기 때문에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것은 호텔로 취급하는 곳의 바(Bar)나 클럽 정도에서만 마실 수 있었다. 나는 알콜 쓰레기지만 그래도 집 앞 편의점이나 아니면 집 앞 바에서 맘 편히 대충 입고 친구들 만나 맥주 한 잔 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게 매우 불만이었다.


두바이에서 술을 편하게 마시려면 우리집, 혹은 친구 집에서 마시는 방법 밖엔 없는데 이마저도 사실 법적으로는 알콜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 뭐,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굳이 신고하지 않으면 집에서 술마신다고 뭐라고 하진 않지만 신고가 들어왔을 때 알콜 라이센스가 없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두바이 내에서 알콜 라이센스가 없으면 술을 구매할 수 없다. 술은 따로 지정된 곳에서 살 수 있는데 그 마저도 몇군데 없으며 값이 비싸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모래바람 날리는 그 곳이 너무 답답했다. 창문을 오래 열어두면 집 안이 환기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모래가 쌓인다. 시티 쪽은 좀 덜한데 시티 쪽은 바다랑 가까운 곳이 많고 또 뭐 문 열어둔다고 환기가 확 되는 느낌도 없다. 주변에 나무들도 대부분 다 인공적으로 심어두고 매번 물을 줘서 겨우겨우 키워내기 때문에 그 나무들한테 신선한 공기를 바라기도 어렵다.


밀라노로 이사와서 가장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창문 다 열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바람이 솔솔 들어오며 나무 향, 풀 향이 집 안에 그윽하게 퍼진다는 것이다. 우리 집앞에 숲이 있는 것도 아닌데!

두바이 살기 전에는 차마 몰랐던 그 소중함을 이제는 알지.



밀라노에 와서 사회적 환경적 영역은 다시 채웠으니 이제 경제적 영역만 잘 유지하거나 키우면 된다. 키우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지만 난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니 유지만 해도 땡큐... 경제적 영역을 채우기 위해 내가 고민해야 할 일은 '과연 내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이다. 


아마도 10년 전에 했었어야 할 것 같은 이 고민을 지금에 와서야 하다니 조금 우습게 들린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혹시라도 늦었다면,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다면,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고맙게도 아직까지 내가 살아온 삶보다 내가 살아갈 삶이 더 길다고 느껴지니,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까?


30대의 고민이 20대의 고민보다 더 어렵다는 걸 배운다. 그렇다면 아마도 40대의 내가 할 고민이 지금보다 더 어렵겠다고 어림짐작 할 수 있겠고, 그때 할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 내려면 지금 더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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