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문 숙제 + 일반적인 대화에서 3명의 다른 사람에게 "너 평소에 생각을 영어로 하니?" "완전히 생각을 영어로 하고 거기서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는구나?"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 이탈리아어 작문에서 영어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단다...
여태까지는 별 말 없다가 갑자기 서로 알지도 못하는 셋이서 짜기라도 한 듯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피드백을 받다니.. 진작 말해주지 그랬니 왜 이제와서야..ㅡㅡ
이전 글에서 한국어-이탈리아어, 영어-이탈리아어 중에 고민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은연중에 줄곧 영어-이탈리아어로 썼었나 보다. 피드백을 받고야 알아차렸지 뭐야...
내가 한국어로부터 이탈리아어를 공부한다고 생각했던건 '읽기'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웃긴건 내가 쓴 글을 아무리 다시 봐도 그냥 이탈리아어로 꽤 잘 쓴 것 같은데 피드백을 받은 문장을 보면 와 진짜 나 되게 못썼구나가 티가 난다. 피드백 문장은 진짜 순도 100% 이탈리아어고 내가 쓴 문장은 꾸역꾸역 썼다는 게 느껴진다. 문장 구성도 엉망이고, 단어 선택도 엉망인데다가 전체적인 짜임도 진짜 별로다. 이래서 피드백 받는게 정말 중요한 거구나를 다시금 느낀다.
이번 피드백은 좀 충격적이었다. 결국 내가 줄곧 고민하던 '어떤 언어로부터' 이탈리아어를 공부할 것인가가 굉장히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너네 라틴어 친구 아니냐...그러면 영어-이탈리아어가 좀 먹혀야 하는 거 아니니...이탈리아어가 외국어인 나는 어디서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하냐...
이제 몇 달 있으면 이탈리아어 공부한 지 1년 차가 되는데 아직도 버벅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 평생 살아야 하는 운명이니 또 포기할 수도 없고... 진짜 누구 말대로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수 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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