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드디어 칠스 시험을 봤다. 공부를 안한 것도 아니고 한것도 아니고 약간 애매하게 공부한 상태로 시험을 봤는데 내 느낌에 난이도는 높았던 것 같다. 당일 새벽 다섯시부터 고양이들 때문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두통이 있는 상태기도 했고 집중이 전혀 안되서 읽고 읽고 또 읽어도 모르겠고, 들어도 들어도 모르겠더라. 컨디션이 좋은 상태일 때 봤으면 엄청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내가 어디쯤 왔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시험이라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다. 컨디션이 안좋아도 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단계까진 아닌가보다 하고 느낀 날이었다.
-후기-
A2 를 볼 때는 시간 딱딱 정해서 듣기/읽기/문법/쓰기/말하기 를 전부 나눠서 봤는데 이번에 본 곳에서는 듣기부터 읽기, 문법까지 시간이 통으로 주어졌다. 듣기를 먼저 보고 나서는 내 맘대로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듣기
스피커가 웅웅거려서 잘 안들렸다. 말하는게 깨끗하게 들리지 않아서... 반은 찍었다. 내가 매번 고전하던 Prova 3 은 그나마 쉬운 편이었던 것 같은데 의외로 Prova 2 가 어려웠다. Prova 1 은 6문제 인데 5번 6번이 특히 안들렸다. 기출문제를 보면 보통 5,6번을 조금 어려운 걸(?) 배치하는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짜 안들렸다.
읽기
답안지 작성이 2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걸렸고 덕분에 나중에 풀어야지 하고 좀 미뤄뒀던 읽기 지문에서 고전했다. 나는 문법부터 풀고 읽기로 돌아 왔었는데 결국 시간 모자라서 찍은 문제가 좀 됐다. Prova 2 가 다른 것보다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읽기는 워낙 취약한 파트라 할 말이 없음.
문법
Congiuntivo 가 하나도 안 나왔던 것 같은데..? 나왔어도 딱 하나? Vorrei 정도 요구하는 수준. 컨쥰티보 현재랑 반과거 한다고 직전까지 고생고생을 했는데 정작 다 Imperfetto/Passato Prossimo/Presento 정도만 쓰는 거였다. 문법 자체는 A2 랑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문이 더 길고 복잡하고 해석하기 좀 어려워서 긴가민가 했다. Condizionale 도 하나도 안나왔던 것 같다. 아무튼 계속 고생해서 공부한 문법이 안나와서 김 샜고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Congiuntivo 랑 Condizionale 가 최소 5문제는 나올 거라고 예상했어서 그거 열심히 팠는데... 하
쓰기
쓰기는 무슨 학창 시절에 나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에 대해 쓰라는 것/ 친구가 댄스 수업 듣고 싶다는데 조언해줘라 이런 두개의 지문이 나왔다. 이것도 호텔/여행 정도만 연습했던 나는 선생님에 대해 쓰라는 질문에 완전 이상하게 답을 작성했고 시간이 모자라 수정을 못한 채로 냈다. 댄스 수업 문제는 무난무난하게 쓴 것 같다.
말하기
말하기 난이도는 그렇게 높진 않았던 것 같다. 우선 Prova 1 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게 4개였다.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유명인/집주변 외국식당/영화나 TV 시리즈 중에 고르는 거였고 난 제일 만만한 여행을 택했다. 여행 말고 다른 질문들은 내가 혹시나 버벅일까봐 조금 쉬운 주제더라도 내가 잘 얘기할 수 있는 걸 택하자고 해서 여행 지문을 택했다. 내가 얼마전 방문한 한국식당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요리법이나 이런걸 물어볼까봐 피했다. 난 유독 요리와 관련된 동사들은 잘 기억이 안나더라고...시간은 2-3분 남짓이었는데 면접관이 쉬운 질문들 위주로 잘 이끌어줬다.
Prova 2 는 다들 아는 이미지 2개 중 하나 묘사/이탈리아어 공부방법/본인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험 이 있었다. 1분 남짓 말하는 거고 나는 이탈리아어 공부 방법을 택했다. 뭐 그냥 꼬무네에서 공부하고 혼자서도 하고 왜 시작했고 주저리주저리 다 말했다.
주어진 이미지 두개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기차 플랫폼 사진이 하나 있었고 다른 사진 하나는 기억이 안난다. 근데 난 그냥 내얘기 하는게 편하고 익숙해서 이탈리아어 공부법을 택했다. 아마 시간 오바 됐을 듯ㅋㅋ
말하기 시험 끝나고 면접관이 나한테 언제 이탈리아에 왔냐고 물어봤다. 다음달이 딱 1년 되는 달이라고 하니 온 지 얼마 안됐는데 말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말하기는 통과할 거라고 호언장담 해주길래 기뻐서 그라찌에를 수십번 외치다 왔다. 그리고서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는데 깜짝 놀랐다. 한국어를 7개월 째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흐규ㅠㅠ이렇게 뻗어나가는 한류.. 기쁩니다.
이탈리아를 가장 처음 왔을 때는 말하기가 제일 힘들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말하기가 제일 마음 편하다ㅠㅠ 컨쥰티보 쓰는 것도 좀 자연스러워졌고.. 좀 천천히 말해도 다들 기다려준다는 걸 아니까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사실 이번 시험 준비를 하면서 기출문제 찾느라 좀 고생했다. 벼락치기 느낌으로 하려다가 결국 찾는데만 시간을 다 써 공부를 많이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만간 내가 그동안 모은 기출문제들을 싸그리 모아 포스팅 하려 한다. A2 는 내가 아직 가지고 있는 지 잘 모르겠고... B1 부터 좀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기출문제는 다 정리를 해놨는데 답안지를 좀 정리해야되서..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면서 유용했던 사이트들이나 영상들도 차차 공유해 볼 생각이다. 말하기가 늘게 된 팁도 좀 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이번 시험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고... 아마 B2 는 내년 6월에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3년 안에 C2까지 보려면 내년 6월에 B2까진 해 놔야 좀 수월하게 공부하겠지 싶어서.. 이번에 붙으면 좋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내년 6월 B2 를 목표로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결과는 3개월 후에 나온다고 하니 이제 맘 편히 비우고 휴가 계획이나 세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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