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 승무원 이야기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어세스먼트 데이 면접 후기 2-1

Brava Coreana 2020. 5. 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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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6년 3월 27일 이전블로그에서 작성된 글입니다.내용 편집은 없고 보시기 편하게만 수정해 다시 올려요 :)


 

앞서 어세스먼트데이를 참여했을 때 영어 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큰 멘붕이 오더라고요.
나의 자질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내 노력 부족이었다는 거.

 

게다가 제일 자신 있었던 것이 영어 테스트였었는데
내가 긴장한 탓에 시간 엄수도 못하고 제대로 읽어나가지도 못했다는 거.
(나중에 두번째 어세스먼트 끝나고 알고보니 다들 쉽다는 6번이었..)

 

 

그래서 3개월동안 또 나름대로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파이널 가고 말겠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래서 파이널 준비도 하고요.

사실 파이널은 뭐가 나올지 몰라서 철저하게는 못했어요.

과외X 학원X

순수하게 독학으로만 준비했습니다.인터넷 자료들도 찾아보고내가 면접관이라면 뭘 질문할까 상상도 하면서 준비했어요.

 

 

또,

 

 

이번 어세스먼트데이를 참석하기 전에 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동안 에미레이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이번 어세스먼트 데이는 80명 가량 참여했어요.

 

 

 

 

Step 1

 

첫번째 어세스먼트데이와 마찬가지로 리크루터의 에미레이트 소개가 이어집니다.
모든 설명이 끝나고 질문을 받았는데, 몇몇 참가자가 질문을 했어요.

 

저는 "우리가 약간의 아라빅을 배우는가요? 혹은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두바이에는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아라빅을 어느정도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리크루터는 웃으면서(하지만 엄청 단호박) 

"놉, 거긴 외국인이 많고 다들 영어로 소통해." 라고 대답했습니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렸어요.

 

 

 

Step 2

 

약 4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졌습니다. 저는 선발조였어요.

 

면접장소로 입장 후 저희는 동그란 원을 만들어 착석했습니다.

 

리쿠르터는 환영한다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지금부터 두명씩 짝을 지어 서로의 이야기를 하세요.
그리고 각자의 CV에는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하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와 짝이 된 친구는 여자분이었고,

이미 약 일주일 전부터 컨택을 하고 지냈던 지라 마음은 정말 편했어요.

정말 친구하고 이야기 하는 느낌이었죠.

 

 

(핑크색이 저고, 하늘색이 짝입니다)

 

"우리 둘이 짝 되서 진짜 좋다!"
"맞아맞아, 우리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너 취미 같은거 있어? 음.. 나는 최근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

그리고 피아노도 오래쳤어, 15년?"
"우와 정말? 그러고보니 음악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나 연극배우로 4년동안 활동했다?"
"정말!?!? 너 그럼 유명한거 아니야?ㅋㅋㅋㅋ 근데 그거 CV에 안썼어? 좋은 이력같은데?"
"안 유명해.ㅋㅋㅋ 그리고 배우 자체는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승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아니잖아, 그래서 뺐어"
"와 진짜 멋있다. 누구나 한 번쯤 배우를 꿈꿔보잖아. 너 어떤 연극들 했어?"
"음..뭐가 있을까? 아 나 셰익스피어 작품들도 연기했었어"
"와 대박대박, 진짜 신기해!! 너 진짜 멋진 경험했다!"
"응 맞아 ㅎㅎ 그러면 우리 대충 이야기 할 건 정리 된 건가?"
"응ㅎㅎ나는 기타배우기 시작한거, 너는 연극배우로 4년동안 활동한거"

 

 

이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서도 시간이 남아서 둘이 그냥 수다 떨었습니다ㅋㅋㅋ
사실 저희가 저렇게 대화할 때 리크루터가 바로 저희 뒤에 있어서 살짝 긴장됐지만
상대방 친구가 연극했다는 말에 홀랑 빠져서 리크루터는 잊고 신나게 얘기했어요ㅋㅋㅋ

 

 

발표시간이 되었고 저희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제 짝이 먼저 발표를 했는데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제 짝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름은 000이고 중국에서 왔어요.
그녀는 피아노도 오래 치고 최근에 기타도 배우기 시작했대요. 감사합니다."

 

 

....oh my god...

 

 

 

 

그녀가 저를 중국출신이라고 소개하고 말았어요.
순간 제 차례에서 다시 고쳐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괜히 고쳐 말하면 제 짝이 피해를 볼까봐 우선 무시하고 제 할 얘기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짝 이름은 000이고, 제 짝이 말한대로 제 이름은 000이에요.
제 짝의 일화 중 흥미로운 것이 있어요, 바로 액트리스 였다는 거에요. 무려 4년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도 연극으로 선보였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서 리크루터의 코멘트가 없길래

그냥 잘 넘어가나보다 했어요, 다행이다 싶었죠.

무사히 짝꿍 소개 시간이 끝나고 다들 룸을 떠나려는데
리크루터가 저만 따로 불렀습니다. 얘기 좀 하자고.(진짜 쫄았음)

 

 

"너 중국출신이야?"
"아.. 아니 나 South Korea 출신이야."
"그런데 네 짝이 너 중국출신이라고 소개하지 않았어?"
"아.. 음 글쎄.. 너가 잘못들은거 아니야?"
"흠.. 알았어, 그럼 한국출신 맞는거지?"
"응, 한국출신 맞아."

 

 

저 상황에서 제 대처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짝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싫었고, 

그렇다고 리크루터한테

 '내 짝이 너무 긴장해서 실수한 것 같아' 라고 얘기하면
제 짝은 간이 콩알만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

저렇게 얘기해버리고 말았어요.

 

 

룸을 떠나는데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잘못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는 출신 얘기 한 적도 없는데...
사실 그 짝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번복할 수도 없고
제 짝은 저에게 미안해 죽으려고 하고.. 네.. 아주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잠시 후 합격자가 발표되었고
저는 패스. 제 짝은 불합격하고 말았습니다.....

 

 

 

Step 3

 

*키, 암리치, 스카 체크

 

키,암리치,스카를 체크했어요.
키는 160cm 가 넘어야 하며, 암리치는 벽에 손을 대지 않고 212cm를 넘을 것
그리고 Scar나 Birth mark 가 있으면 미리 알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키, 암리치를 잴 때 구두는 벗어야 해요.
암리치 측정 시 자켓을 벗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Scar와 Birth Mark는 최대한 보여줄 것을 요구했어요.

 

저는 무사히 통과했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다 통과했어요.
(면접을 같이 본 브라질 여자애들이 큰편이더라구요..쿨럭)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편에 이어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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